신앙개혁일지

신앙개혁일지 14 : 4박5일 노숙하기

김완섭 목사 2021. 7. 27. 16:28

신앙개혁일지 14 : 4박5일 노숙하기

사실 저의 노숙체험은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역 인근에는 무료급식소가 여러 곳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의 경우에는 식당에서 음식을 얻어먹는 경험도 해보려고 했습니다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어떤 목사님으로부터 만 원을 받았는데, 현금 천 만 원처럼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기댈 데가 없을 때에는 만나는 사건이 전부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우리의 신앙을 더더욱 성장하게 만듭니다.

 

김완섭복음의 본질과 생명력 회복

7월 15일 오전 10:18 

신앙개혁일지 14 :

4박5일 노숙하기

(하나님과 벌거벗고 만남)

 

저는 2017년 6월 3일에 새소망교회 은퇴예배를 드렸습니다. 새로운 목사님을 청빙하여 담임목사직을 넘겨드렸습니다. 국토순례전도를 마치고 나서 약 4개월 동안 제가 세웠던 예수체험제자학교 계획들을 점검하고 기도하고 자료들을 찾아보며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계획을 다듬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서울역으로 노숙을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노숙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체험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페이스북에 한 큰 교회 근처에서 노숙인이 얼어 죽었다는 내용을 글을 보면서 모든 것 다 던져버리고 하나님 앞에 벌거벗고 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노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은퇴하고 한 주가 지나고 나서 6월 12일(월) 아침에 서울역으로 노숙을 나가기로 결심하고 당일 아침에 사무실에서 서울역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벼운 홑이불과 긴 점퍼, 세면도구들이 들어있는 작은 배낭을 메고 바지주머니에는 왕복 전철비용 5,000원만 가지고 떠난 것입니다. 나중에 매스컴을 통해서 알아본 결과는 당시 서울시에서 밥차를 금하고 시설을 만들어서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바로 그 때 제가 노숙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식사 때가 되면 밥차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밥차가 오지를 않았습니다. 결국 첫 날은 굶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4박5일 동안 굶을 수도 있겠다는 각오를 하고 나갔기 때문에 아쉬워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만, 결국 이튿날 새벽에 모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참좋은친구들’이라는 무료급식소를 알게 되어 그날부터는 굶지 않았습니다.

 

첫 날에는 청파동 뒷골목에 마침 신축건물이 있고 그 뒤에 작은 주차장이 비어 있어서 거기에서 잠을 청했지만 모기와 사람들이 발자국소리와 취객의 소리와 오토바이 소리와 자동차 소리와 개 짖는 소리 등 때문에 한 시간도 누워있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박스 할아버지한테 빈 박스 두 장을 얻어서 그 위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이튿날부터 시간만 나면 서울역 일대를 다 돌아다니면서 잠잘 곳을 찾았지만 결국 한곳에서 4일 동안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목사고 뭐고 하루 종일 무료급식 시간 기다리고 잠잘 곳 찾느라고 시간 다 보내고, 잠을 못 잤으니 공원벤치에 누워 낮잠을 청하지만 사람들 눈과 소음 때문에 제대로 잠을 보충하지도 못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노숙자의 삶 그대로를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제가 서울역 노숙을 결정한 것은 목사라는 직책도 당시 65세라는 나이도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도 다 벗어버리고 보잘것없는 작은 한 인간으로서 하나님 앞에 서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하나님과 만나기 위해서는 기도원에 올라가서 세상과 담을 쌓고 금식 기도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온전한 하나님을 만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기도원을 내려가면 또다시 세상과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원에 올라가면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금식하면서 울부짖으면서 기도하지만, 노숙하는 일은 따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노숙하면서 만나는 모든 일을 통해서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상황과 사건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죽음이나 다치는 것 등은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만, 물 한 모금도 하나님께 다 맡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지 못하면 노숙도 결코 떠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짧은 노숙체험이었지만 어떤 것도 두려울 것이 없어지는 믿음의 담대함을 얻었습니다. 막연한 불안감이나 염려 같은 것은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기 위한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저에게 말씀이 살아서 저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말씀대로 대접하고 말씀 그대로 실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말씀 속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좀 더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 순간마다 수첩에 간략하게 상황과 깨달은 바를 기록했습니다. 노숙이라고 하면 교회에 찾아오는 노숙인들이 생각나기 때문에 별로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만, 복음의 본질과 생명력 회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귀중한 체험이었습니다. 이렇게 감동 주시고 기회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참된 기독교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코스였습니다.

 

신축건물 뒤, 남의 집 처마 밑에서 4일동안 잠을 잤습니다. 제가 찾은 유일한 곳입니다.

 

서울역 뒤 참좋은친구들 무료급식소입니다. 매 끼마다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쓰는 사람에게 용돈을 줍니다.

구걸하지 말라고요. 노숙인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입니다.

 

처음에 출간한 노숙체험기입니다.

그 때는 체험을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체험 책이 기본이고

거기에 맞는 영성의 글들을 실었습니다.

이 책은 외관은 그렇지만 칼라 사진까지 넣어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