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월급 나누기

1. 한 달 월급 나눔을 시작하면서

김완섭 목사 2017. 12. 8. 16:54

한 달 월급 나눔을 시작하면서

 

한 달 월급 나누기를 행하기로 마음먹은 지 2년여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과정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생각들을 해 왔습니다.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성경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예수님과 가까워지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해 왔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물질훈련과 이웃사랑실천을 관련시켜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대안으로 소득 중 일부를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주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소득 중 상당한 부분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나누어주는 것은 모든 물질이 하나님의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물질을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해야 하는 청지기 훈련이 되는 것이요, 그렇게 사용할 수 있게 된 물질을 아무 조건 없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는 것은 그 나누어주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이웃사랑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나눌 수 있는 한 달 월급으로 처음부터 200만 원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나눌 수 있는 최대한의 물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만 원을 어떤 식으로 나눌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냥 10만원씩 봉투를 만들어서 노숙자들에게 찾아가 20명에게 나누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니면 50만원씩 4사람에게 나눌까, 아니면 30-40만 원씩 6사람 정도에게 나눌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가장 어려운 사람 한 사람에게 전부를 나누어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문제를 놓고 하나님께 기도드릴 때 내 소득과 상관없이 300만 원을 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삶이 어려운 6분을 찾아서 50만 원씩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정도 금액이면 크지는 않아도 당장 급한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결단하기는 했지만 당장 현금으로 그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재는 100만 원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돈을 모아서 해야 하는데, 빠른 시일 안에 그만큼의 돈을 모을 자신이 없었고,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너무 편치 못할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없이 우선 빌려서 나누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은행에서 단기금융으로 빌리든 누군가에게 따로 빌리든 300만 원을 마련하기로 한 것입니다. 일단 빌리고 천천히 한 달에 얼마씩 나누어서 갚으면 되니까요.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편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50만 원씩 나누어 줄 수 있는 가난한 여섯 가정을 찾아야 합니다. 사실 이 일은 쉬울 것 같았지만 의외로 난감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그 돈이라도 진짜로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 방향으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주민센터를 통해서 알아보기로 했고, 두 사람은 동네 공원에 매일같이 나오시는 어르신들을 통해서 알아보려고 했고, 나머지 두 사람은 교회와 관련된 분들을 주변에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주민 센터 사회복지과에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마을에 작은박물관마을을 세울 계획으로 동장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밤에 퇴근하다가 마침 일 때문에 늦게 퇴근하는 동장님과 마주친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동장님을 따로 만나서 작은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마지막에 이 월급나누기 대상자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드린 것이었습니다.

동장님, 제가 예수님 말씀대로 한 번 해보려고 한 달 월급을 지역의 어려운 분들에게 나누어드리고 싶습니다. 교회 차원에서 드리는 것은 아니고, 전도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주님 말씀에 소유를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셨기 때문에 그 말씀대로 저 개인적으로 한 번 흉내라도 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순전히 가난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한 달 월급이라도 한번 나누려고 하는 것입니다. 복지과에 말씀하셔서 몇 사람 추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동장님은 교회 권사님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뜻을 잘 알고 흔쾌히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후에 주민 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남자 직원의 목소리였습니다.

목사님, 주민 센터 사회과입니다. 저희가 두 사람을 추천해드리면 되는 건가요?”

, 두세 사람 추천해주시면 됩니다.”

어떤 사람을 원하시나요? 기초수급자인지 청소년인지 독거노인인지

, 저는 나라에서 지원을 받든 안 받든 상관없이 실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찾습니다.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도 계실 거구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수여식 같은 것은 어디에서 하게 되죠?”

, 그런 수여식은 안 해도 되고요, 제가 그냥 직접 가서 전해드리면 되는데요.”

, 그러면 한 사람에게 얼마씩 도와주시는 건가요?”

한 사람 당 50만원씩 여섯 분에게 드리려고 합니다만

그래요? 각각 50만 원씩이죠? 50만 원으로 몇 사람에게 나누시는 것이 아니고요.”

, 300만 원을 50만 원씩 나누어서 6분에게 드리려고요.”

, . 잘 알겠습니다.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메일로 대상자 두 분에 대한 내용을 보내왔습니다. 한 분은 77세 할머니로, 혼자 사시는 분입니다. 평범한 보통의 생활을 하고 계셨는데,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서 수술을 받고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또 한 분은 50세 된 여성인데,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사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매가 17세와 19세인데, 둘 다 교도소에 가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몸이 안 좋아서 수술을 받았고, 힘든 일을 할 수 없는 처지라 주민 센터에서 하는 공공근로에만 나가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분들의 형편을 메일을 통해 받아서 읽어보았을 때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이분들의 사정이 제 가슴에도 밀려와서 힘든 상황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후, 동네의 가까운 목사님과 동장님과 저, 세 사람이 점심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동네 목사님이 점심을 내셨고, 그날은 두 번째로 동장님이 점심을 내는 날이었습니다. 점심 후에 커피숍에서 동장님과 목사님에게 이런 취지를 다시 이야기하고, 다시 동네로 돌아와 동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이웃 선정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찾아가기 위함이었습니다. 동장님이 나가더니 잠시 후에 여직원이 들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완섭 목사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 사회복지 담당 직원입니다.”

, 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지는 다 들으셨을 거구요.”

, 구체적으로 여러 자료를 통해 검토해서 선정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직접 알아보려고 했지만 정확한 실상을 모르니까 찾기가 어렵고, 또 어려운 분들도 자기 사정을 사람들에게 다 알리는 것이 아니니까 정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예를 들면 박스를 줏으러 다니는 분들이 당장 눈에 띄는 대상이 되겠지만, 박스 줍는 것만 가지고는 정확한 실정을 알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면서 동장님도 함께 앉아계시다가 대화에 참여하곤 했습니다. 동장님의 이야기 중에도 더욱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주변 동네 동장 모임이 있어서 거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느 동장님 이야기가 자기 동네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답니다. 그 분 동네 안에 나이가 많은 어르신 할아버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분들이 늘 가게 앞 같은 데를 다니면서 박스를 주워서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어떻게 좀 도와드릴 수 없을까 궁리하곤 했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분들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지방 어디에 집이 두 채가 있는 분이라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은행에 저축해 놓은 것만도 억대가 된다고 하였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세요?”

동장님이 이 노인 부부에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직원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저희는 기록상에 나타나 있는 모든 자료를 찾아서 선정하게 되니까 꼭 필요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나 재산이나 소득, 병원치료 같은 내용까지 다 파악하고 추천해드리니까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자료 밖의 사항은 저희도 전혀 알 수가 없지만요.”

. 맞아요. 일단 두 분을 추천해 주셨으니까 제가 이분들을 돕기로 하고요, 아마 나머지 네 분도 부탁드려야 할 것 같아요.”

, 그러면 언제 가능하신지 연락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에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 혹시 목사님이신데, 교회에 나가지 않는 분도 괜찮나요?”

, 물론이죠. 저는 오로지 가난하고 힘든 분께 전달해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 . 제가 이분들을 선정하고 나니까 문득 주시는 분이 목사님인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아보니까 여기 어르신은 절에 열심히 다니는 분인데 혹시 잘못 추천하는 것은 아닌가 했어요.”

하하.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이번 나눔은 스님이라도 상관없어요. 누구든지 힘들고 어려운 분들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해서 결정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주민 센터 복지과 직원과의 대화가 끝나고 주민 센터를 나왔습니다.

 

다음 날, 우선 200만 원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찾았습니다. 그리고 봉투에 각각 50만 원씩 담았습니다. 봉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웃님께 드립니다.”라고 정성껏 썼습니다. 이제 나누는 일만 남았습니다. 직접 이웃집을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고 그분들의 형편에 제 마음을 열고 같은 아픔을 느껴보면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며칠이 지난 후에 직원과 통화를 하였습니다.

제가 월요일에 할머니를, 화요일에 50세 여성의 집을 방문하려고 합니다. 집은 주소를 아니까 찾아가면 되는데, 제가 직접 연락드리고 찾아가도 될까요?”

일단, 제가 먼저 이분들께 방문 가능한 시간을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그래요? 알겠습니다. 저는 쉽게 생각했었죠.”

, 이분들 중에도 거부하시는 분도 계시고, 가정방문을 꺼려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알겠습니다. 연락 주세요.”

이렇게 해서 첫 번째 월급 나눔의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순종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약간의 흥분도 되었고, 하나님께서 어떤 말씀 또는 은혜를 주실까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