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월급 나눔 두 번째 이웃 : 2인가족 50세 여성
2017년 9월 12일 화요일 오후 3시.
약속한 분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이분은 50세 된 여성으로, 이름은 정길녀(가명),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센터에서 전해준 사정은 대략 이렇습니다.
정길녀 씨는 전남 순천에서 출생했습니다. 첫 번째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조폭이었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서 딸 둘을 낳았고, 이혼했습니다. 그 두 딸은 지금 17세와 19세인데 이 딸들도 조폭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각각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결혼을 했는데 두 사람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지금 중학교 2학년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남편과도 이혼한 상태입니다.
자세한 상황이야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대략적인 삶의 여정이 이런 분입니다.
그런데 몸이 여러 가지로 아픈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민 센터에서 하는 공공근로 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활고와 우울증 등으로 작년에는 자실 시도까지 하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힘겨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또 작년 말에는 정형외과 질환으로 주사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주사약물 쇼크사가 발생하여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다가 과거 가족들이 지고 있던 카드 빚 등 법원소송까지 당했으나 다행히 잘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어려움을 한 가지 당했는데,
8월 초에 지나가던 개 두 마리에게 물려 병원에서 10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것입니다.
그 개들은 투견이라고 했는데 개 주인은 30만원만 주고 합의하자고 해놓고
치료비로 위로금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법대로 하라고 한답니다.
큰 개에게 많이 물려서 지금도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병원에서 열흘 만에 퇴원한 것도 병원비가 모자라 할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경찰서에 고발했는데 사건이 밀린 것이 많아 한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큰 개에게 물린 것으로 인하여 두려움이 너무 커져서 잠을 거의 못 잔다고 합니다.
지금 사는 집은 다행히 SH공사 전세임대주택에 선정되어 연립주택에 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과 함께 고시원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 그녀에 대한 간략한 기록을 받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녀가 어떤 상황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와 관계없이 현재 그녀가 겪고 있는 형편에 너무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형편이 되었으며,
왜 큰 개에게 물리는 것과 같은 사고가 왜 이런 사람에게 덮치게 되었는지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어려운 분들 소개를 부탁드렸을 때에도 담당자에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소개를 받고 제 할 일 때문에 한 주간을 보내고 나서야 찾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주변에서 어려운 분들을 찾아서 그냥 편하게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얼마 되지 않는 돈일지라도 다소나마 도움이 되게 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기관을 통하게 되니까 지켜야 할 한계가 있었습니다.
내 마음대로 찾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되고 마음이 될 때 바로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를 얻고 싶었지만
반드시 직원이 연락을 하고 방문에 대해 허락을 받고 방문해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주민 센터에서 어떤 사람의 신상을 소개해드렸기 때문에
만약에 그로 말미암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기관에 책임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오후 3시에 방문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다시 한 번 주소와 신상을 확인했습니다.
문득 중학교 2학년 되는 그 아들 생각이 났습니다.
한 번도 만난 일이 없지만 뭔가 그 아이를 위해서도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봉투를 하나 더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10만 원을 넣어서 아들만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봉투에 한번도 만난 일이 없는 그 아들에게 간략하게 메모를 했습니다.
조금 일찍 출발하여 근처 국민은행에서 10만 원을 찾아서 봉투에 넣었습니다.
시간이 약간 있어서 천천히 걸어서 미리 찾아본 지도를 생각하면서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젊은 정길녀 씨가 나왔습니다.
직원이 간단하게 방문하게 된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교회나 어떤 단체에서가 아니라 목사님이 개인적으로 지역에 있는 어려운 분들을 돕고자 오셨어요.
같은 지역에 사시지만 오카리나박물관이랑 지역을 위해 많이 애쓰고 계세요.
그저 마음을 전하고 싶으신 거니까 부담을 느끼지는 마세요.”
정길녀 씨는 다소곳이 앉아서 듣고 있었습니다.
직원은 저에게 이분의 어려움을 설명하였습니다.
“몸이 아프셔서 일을 못하고 계세요.
어려움이 겹쳐서 많이 힘들어하셔요.”
그리고 이미 약간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길녀 씨는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말을 하는 동안에도 직원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눈물을 계속 닦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마음이 심히 아팠습니다.
사실 이분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었습니다.
“저, 이런 만남을 통하여 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공감대를 얻어서 간혹 마음으로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그러면서 나는 먼저 봉투를 드렸습니다.
“이거 큰 것은 못 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50만 원이예요.”
그리고 장군이에게 줄 봉투도 내밀었습니다.
“이건 장군이만 위해서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데 주변 환경에 따라 잘못된 길로 빠질 수가 있잖아요?
큰 도움은 못되지만 용기를 잃어버리지 말고 열심히 살라고 전해주세요.”
그러면서 봉투에 써둔 메모를 읽어드렸습니다.
“장군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위대한 사람들 중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이 참 많단다.
엄마 사랑해 드리고 공부 열심히 하기 바란다.”
정길녀 씨는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옛 이야기를 듣고자 했습니다.
“이야기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되요. 이야기하실 수 있으면 말해주세요.”
이때 정길녀 씨가 일어나 음료수를 두 병 들고 들어왔습니다.
“왜 두 개만 가지고 오셨어요? 같이 드시죠.”
“아니예요. 저는 괜찮아요.”
나는 정길녀 씨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원은 조금 전에 사무실에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나는 배려하는 차원에서 먼저 가셔도 좋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정길녀 씨와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바쁘시면 먼저 가셔도 되요.”
직원은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이분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을 막는 듯한 태도로 비쳤습니다.
“지금 이분은 이런저런 사정을 남에게 밝히기를 굉장히 꺼려하시는 분이예요.
주민 센터에 오셔서도 다른 사람 눈을 잘 쳐다보지 못 하시구요, 저하고만 대화를 하시는 분이예요.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실 입장이 못 되셔요.”
저는 사실 좀 마음이 좀 상했지만 정길녀 씨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네, 그러시면 오늘은 이만 가고요, 제가 전화번호도 다 아니까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연락드리고 한번 들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직원의 눈치를 살짝 보았는데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하여 인사를 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직원이 나오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에게 봉투를 주시는 것은 저는 생각도 못했어요.
아마 그 아들도 봉투에 쓴 메모편지를 보면 힘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런 일을 할 때 이야기를 조금 해 주었습니다.
“도움을 받아도 처음부터 자기 이야기를 다 하는 사람은 없어요.
도움을 준다고 무조건 받는 것도 아니고요.
이 분도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거의 안하셨는데
담당자인 저와 자주 만나다가 보니까 저한테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하시는 거고요.”
저는 조금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정길녀 씨도 이야기를 하려는 듯이 보였거든요. 음료수까지 들고 왔고요.
하지만 이 직원은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상황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같이 걸어오다가 질문을 했습니다.
“이 일을 계속하시니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셨죠?”
“그런데 사실 이 동네에는 그리 많이 않았어요.
구청 같은 데에서 요청이 오면 살펴보아서 보내드리기는 했죠.
그런데 목사님처럼 직접 방문하여 사람을 만나서 전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요.”
그렇게 중간에 헤어져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혼자 걸어오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기관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보다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상황에 따라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처음일지라도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인데,
본인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대화를 막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왔습니다.
물론 그 직원은 자기업무 내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직원을 탓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기관의 업무 범위 안에서 해야 하니까요.
다만 기회를 보아서 한 번 더 만나기는 하려고 합니다.
이야기하시를 꺼려하면 할 수 없지만 최대한 그들의 형편과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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