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월급 나눔 다섯 번째 이웃 : 72세 노인 부부
장순자 집사님을 방문한 이후로 닷새가 지나 지역목사님들과의 모임에 왔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주민센터 사회과 담당직원이었습니다.
“여보세요? 김완섭 목사님이세요?”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일반전화로 걸려 와서 누군지 몰랐습니다.
“아, 여기 주민센터 사회과 직원인데요. 지금 저와 통화를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지금 여기 교동협의회 때문에 주민 센터에 와 있어요.”
“아, 목사님, 그럼 네 분을 추천해드리면 되는 건가요?”
“그게, 두 사람은 제가 주변에서 나눔해 드렸고요, 두 분만 더 추천해주시면 됩니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메일로 대상자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보고 연락 드릴게요.”
이렇게 메일로 두 분의 명단을 받았습니다.
한 분은 72세 부부로서 부인이 한 번 결혼했다가 사별하고 후에 이분과 재혼을 했는데
그 후로 전남편과의 사이에 두었던 2남1녀와의 가족관계가 끊어졌다고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부인이 각종 척추수술을 받는 등 몹시 힘든 상황을 맞았고,
자기치료비 부담금액이 500만 원이 넘어서 곤란한 입장에 있는 분이었습니다.
또 한 분은 83세 할머니로, 30년 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슬하에 2남2녀를 두었으나
최근에 넘어지면서 무릎수술을 받고 입원치료를 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두 가정 모두 현재 상당히 힘든 상황에 처해있었습니다.
저는 당장 찾아가고 싶었지만, 우선은 월말 전에는 100만 원을 다시 마련할 수가 없었고,
이런저런 일로 며칠을 사람들과 만나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연락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금요일이 되어 담당직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한참을 안 받다가 마침내 전화를 받았는데 담당자가 아니라 다른 남자 직원이었습니다.
“아, 사회과 직원은 지금 구청에서 교육받고 있어서 통화가 어렵습니다.”
“그럼 몇 시에 돌아오시죠?”
“그게 하루 종일 교육이라 오늘은 못 돌아오십니다.”
“그래요? 그럼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는데 결국 다음다음 주 월요일에나 가능하겠네요.”
“네, 그렇게 되겠죠? 개인적으로 연락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그분 전화번호를 몰라서요.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그분 허락 없이는 곤란한데요 … ”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연락 바란다고 메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직원과 통화해야 하는 이유는 추석 전에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추석 휴가가 무려 10일 간이나 이어지기 때문에
다음 주 수요일 추석 전에 연락을 드리고 찾아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으니 제가 연락하고 찾아가야 합니다.
사실은 직원과 연락이 되어도 혼자 찾아가려고 했거든요.
그리고 휴무일들이기 때문에 직원에게 나오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연락을 할 수가 없으니 제가 월요일과 화요일 쯤에 전화를 하고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수요일이 추석 당일이니까 화요일까지는 어떻게든 전달이 되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내일모레면 추석날입니다.
아침에 사무실에 나왔다가 대상 이웃들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먹고 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질병이나 사고가 찾아왔을 때 치료비가 문제였습니다.
이번 두 가정도 다른 문제보다 병원치료비가 큰 부담이 된 가정이었습니다.
언제 전화를 드릴까 생각하다가 일단 봉투를 만들어놓자는 생각에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 노인부부 박건영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저, 혹시 박건영 씨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어디시죠?”
“네, 저는 거여동에 사는 사람인데요, 동사무소에서 소개받고 뭣 좀 드릴 것이 있어서 그러는데요 … ”
“무슨 일이신가요?”
“네, 주민 센터 사회과 직원에게 소개받았는데, 좀 찾아뵈었으면 하고요.”
“누구신데요?”
“거여동 주민인데요, 잠시 찾아뵈었으면 합니다. 댁에 계신가요?”
“네 집에 있기는 있습니다만 … ”
“네, 그럼 20분 후쯤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런데 할머니도 계신가요?”
“네, 같이 있어요.”
그렇게 해서 그 집을 찾아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추석이고 하니 과일 박스라도 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들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워서 그 집 근처에서 사기로 했습니다.
어제만 해도 낮 기온이 낮아서 시원했는데, 오늘은 또 햇볕이 뜨거웠습니다.
집 근처에 가서 가게를 찾았지만 작은 슈퍼도 없었습니다.
언덕 위에 혹시 있나 해서 올라갔지만 과일가게는 없고 편의점만 있었습니다.
나중에 배달로 보내기로 하고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자주 다니던 골목에 있는 집이었습니다.
출입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안에 계세요?” 하고 불렀습니다.
“누구세요?”
“아까 전화 드렸던 사람인데요.”
나오는 기척을 보고 문을 살짝 밀었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할머니를 보니까 얼굴이 많이 익은 분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도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아이 저 쪽 교회에서 음식 대접하시던 목사님이죠?”
“네, 맞아요. 새소망교회 목사입니다. 얼굴을 보니까 아는 분이네요.”
방안에 계시던 할아버지도 나오면서 반가워했습니다.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할머니가 잘 아는 사람이라니까 웃음 띤 얼굴로 맞아주었습니다.
할아버지 이름은 박건영, 나이 72세, 비교적 건강해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정인자, 나이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고, 허리에 복대를 차고 계셨으며 최근에 수술을 받은 분입니다.
“할머니, 최근에 수술 받으셨다면서요?”
“네, 수술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내일모래 또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대신 대답했습니다.
“그러시군요. 많이 힘드시죠?”
“그렇죠, 뭐. 병원비가 많이 나와서 걱정입니다.”
“그러시겠어요. … 저는 거여역 근처에 있는 새소망교회 목사인데요,
6월에 은퇴하고 지금은 다른 목사님이 목회하고 계십니다.
제가 온 것은 교회 차원에서 온 것이 아니라 저 개인적으로 온 거구요, … ”
그러면서 대략적인 취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성경 말씀을 실천해보려고 하는데,
1년에 한 번 한 달 월급을 주변에 나누고 싶어서 주민 센터에 부탁들 드렸더니
서너 집을 추천해주셔서 몇 집을 방문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추석도 되고 했는데 어려운 분들도 많겠지만
특히 곤란한 처지에 있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50만 원입니다.”
할아버지 얼굴이 순간적으로 밝아진 것을 보았습니다. 거절하지 않고 고마워하셨습니다.
“아이구,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소개된 내용에 보면 할머니는 첫째 남편과의 사이에 2남1녀를 두었지만
남편을 사별하고 7년 후에 재혼했는데 그러면서 자녀들과의 가족관계가 끊어졌다고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고 현재 상황을 여쭈었습니다.
“자녀들은 몇이나 두셨어요?”
“아들 하나 있는데 자기들 살기도 힘들어하죠 뭐.”
“손주들은요?”
“아직 없어요. 자기들 둘만 살고 있어요.”
“그래요. 저도 딸 둘이 결혼한 지 오륙 년 되는데 아이를 안 낳아요.”
“글쎄 요즘 사람들이 그렇다니까요.”
“그러게 말이에요. 그렇게 가르친 적도 없고 그런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데 아이를 안 낳으니. 손주 보고 싶은데요.”
“하하 저희도 손주 보았으면 좋겠어요.”
아들 내외는 용인에서 자동차 정비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은 많은데 월급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추석 때는 그래도 오겠네요.”
“네. 아마 모레가 추석이니까 내일 오기는 올 거예요. 추석에도 사흘만 쉰대요.”
그러다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았습니다.
“혹시 교회에는 다니세요?”
할머니가 대답하셨습니다.
“다녔는데 몸이 힘들어서 못가고 있어요.”
“할아버지도 함께 다니셨어요?”
“아니요. 저는 안 가고 이 사람만 다녔어요.”
할머니가 갑자기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물어봅니다.
허리도 불편하신데 곧 갈 테니까 안 주셔도 된다고 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커피를 만들러 주방에 갑니다.
“한동안 살림을 안 했더니 깜빡했어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살림은 제가 다 했죠 뭐. 제가 밥 잘 합니다. 하하.”
“그러시네요. 요즘은 남자가 밥 하는 게 대세인 것 같아요.”
“하니까 할 만 해요.”
“저의 집사람도 만약을 모르니까 밥 하는 것 좀 배우라고 하는데, 닥치면 하게 되죠 뭐.”
“그럼요. 다 하게 되요.”
“그럼 지금 할아버지는 지금 일을 하고 계세요?”
“지금은 아무 일도 못하고 있어요. 허리가 아파서 아무 것도 못해요.”
“젊으실 때는 뭐 하셨는데요?”
“그저 노동 같은 일을 했어요.”
“그런 건강하셨겠는데요?”
“그랬죠. 그런데 허리가 아프니까 아무 것도 못하겠어요. 발에 감각이 없고 아주 차가워요.”
“한의원에라도 가 보시지요.”
“가 봤죠. 침도 맞고 했는데, 그런데 안 나아요.”
“네, 젊을 때에는 힘이 있으니까 되는데 연세가 들면 어쩔 수 없어요.”
“그래요. 일하려고 몇 번 나가 보았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더라구요.”
아무튼 노인 부부가 나름대로 잘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 정인자 씨는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인해
병원에서 미세현미경 하척추제유합술 및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을 받았고 지금도 치료받으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환자부담금이 5백만 원이 넘게 나와서 심히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병원비를 나라에서 지원해 주지 않았나요?”
“안 된대요. 몇몇 군데에서 도와준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 것도 오지 않았어요.”
“그 치료비 때문에 어려운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밥을 굶는 사람은 없도록 되어 있는데 치료비가 문제예요.”
“네. 그래요. 제가 일을 전혀 할 수 없어 기초수급비가 나오지만, 그것으로는 죽지 못해 사는 정도지요.
그나마도 고마운 일인데, 아프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서면서 어떤 과일이 좋으시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유, 됐어요. 도와주시는데 과일은 무슨 … ”
“아닙니다. 그건 그거고 추석은 추석이니까요. 아까는 가게가 없어서 아무것도 사오지 못했어요.”
“네, 맞아요. 여긴 가게가 멀어요.”
“아무튼 제가 가다가 과일 한 상자 배달시키겠습니다. 포도나 배가 어떠세요?”
“네, 아무 거나 고맙죠. 이 양반이 사과는 잘 안 먹더라구요.”
할머니가 거들었습니다.
“네, 가다고 살펴보고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필요하실 때는 봉투 뒤에 전화번호 있으니까요, 연락 주세요.”
“네, 정말 고맙습니다.”
“네, 치료 잘 받으시고요, 이리로 자주 지나다니니까 한 번씩 들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이렇게 배웅을 받으면서 그 집을 나섰습니다.
곧바로 근처에 있는 큰 식자재 도매상으로 갔습니다.
입구 쪽에 과일 상자들이 쌓여 있는데, 포도는 이미 없었고 배, 사과, 멜론만 있었습니다.
배 한 상자도 꽤 비쌌습니다. 제일 싼 것이 25,000원이었고 그 다음이 28,000원이었습니다.
더 좋은 것으로 하고 싶었지만 부담이 많이 되어서 25,000원짜리 한 상자를 배달시켰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고, 또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에 대해서는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을 아는 분이었고, 감사하게 받으려고 하셔서 저도 즐거운 마음이 되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사는 가정이라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아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더욱 외롭고 견뎌내기 어려운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앞으로 이분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맛보고 깨닫고 하나님의 자녀들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기를 만들어서 가끔씩 돌보아드리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결국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 최종목적이니까요.
조금 도와 드리는 것은 저의 행위를 통하여 조금이라도 하나님께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어드리려는 것입니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귀한 열매를 주실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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