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노숙체험

노숙을 마치고 나서

김완섭 목사 2017. 7. 6. 13:52



45일 노숙을 마치고 나서


2017년 6월 16일 오후

제가 20대 초반에 목공예를 배워서 조각가구공장에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공장에 취직한 지 1-2주 쯤 되었을까? 공장장이 함께 작업을 하면서 물었습니다.

몇 살이요?”

, 저 스물 세 살입니다."

"그래! 노숙한데?”

20대 초반이면 좀 나이 들어 보이고 싶은 나이인데, 공장장이 노숙하다고 하였습니다. 그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노숙하면서 문득 43년 전 저에게 노숙한데 라고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43년 후에 공장장의 예언대로 노숙하게 된 건가?” ㅎㅎ

    

노숙체험을 시도하게 된 의도는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모든 상황을 떠나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우선적으로 자기 개혁이 시작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본질적인 핵심으로 똑바로 들어가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저의 이번 노숙하기는 꽤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께서 무슨 음성이라도 들려주실 것을 기대했습니다. 아니면 어떤 기적적인 역사를 체험하게 하셔서 더욱 능력과 확신을 가지게 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음성도 들려주지 않으셨고 어떤 기적적인 역사도 베풀어주지 않으셨습니다. ! 한 가지 있기는 있었습니다. 나흘 동안 단돈 1원도 못가진 채 커피 한 잔 먹고 싶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날 때 전도자 한 분이 나에게 10,000원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10,000원이지만 백만 원, 천만 원 이상 가는 기쁨을 나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아무튼 아무 음성도 듣지 못한 채 닷새 만에 귀가했지만, 얻은 것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시는 것입니다. 육체적으로 직접 부딪치지 않으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그런 내용들, 뚜렷하지는 않지만 저 자신에 대해서, 저의 내면에 대해서 가장 적나라하게 들추어내신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주님의 목소리였고, 그것이 가장 큰 은혜였습니다.

 

45일 간의 노숙하기를 마치고 나서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것을 한 번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받는 은혜는 많이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똑같은 상황에서 정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노숙자를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은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노숙자 사역에 대해 깊은 고민을 얻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은혜이건 간에 노숙 프로그램은 좋은 훈련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육체의 시련을 통하여 정신적 성숙함을 얻고 정신적인 고민을 통하여 영적인 성숙을 이루어냅니다. 영적인 깨달음만 가지고는 영적 성숙을 이루어내기 어렵고 오히려 그릇된 옆길로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육체적 도전을 얻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의 하나가 노숙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음식을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고 해도 돈을 전혀 안 가지고 닷새를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육체적 어려움을 통해서 변화는 시작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