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노숙체험

노숙 10 : 익숙함의 경고

김완섭 목사 2017. 7. 20. 15:39

노숙체험 10 : 익숙함의 경고


오늘 아침으로 참좋은친구들무료급식을 세 끼 먹었습니다. 화요일 아침과 점심, 그리고 수요일 아침입니다. , , 반찬 3가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국은 감자국, 콩나물국 등이고 반찬은 김치, 돼지고기볶음, 마늘장아찌, 부추무침 등입니다.

 

둘째 날 아침의 첫 식사 때는 감격, 또 감격이었습니다. 첫날 점심은 무료급식차가 오지 않아서 굶었습니다. 첫날 저녁에도 급식차를 찾을 수 없어서 또 굶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에 잠자리가 너무 춥고 시끄럽고 불편하여 일찍 일어나버린 까닭에 하나님의 은혜로 참좋은친구들급식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급식소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중 이야기이지만, 둘째 날 아침과 점심도 쫄쫄 굶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화요일 아침에 무료급식소에 처음 들어갈 때에는 너무나도 크게 감격했었습니다. 예배를 인도하시는 장로님도(나중에 장로님임을 알았지만) 정말 위대해 보였습니다. 노숙인들에게 매일 아침과 저녁을 제공하는 놀라운 사실에 참으로 은혜가 충만했습니다. 이분들이 어떤 분들이고 언제 시작했으며 천사 같은 분들이 누군가에 대한 관심과 감사가 충만했습니다. 이분들이야 말로 예수님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시는 분들이며 이 단체야 말로 수많은 기독교단체들 중 가장 아름다운 단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화요일 저녁때가 되어 이곳에 두 번째로 들어갈 때에는 긴장감도 약간 떨어지고 감격도 들뜬 기분도 천사를 대하는 것과 같은 존경심도 약간 가라앉았습니다. 물론 감사하는 마음 자체는 변함이 없었지만 하루 굶고 난 후 아침에 밥을 먹을 때와 비교하면 저의 마음은 상당히 둔해져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침과 저녁이 보장되어 있는 만큼 마음속에 가득하던 근심도 거의 사라져버렸고, 적어도 굶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라져버리자 그토록 저를 감격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에 대한 감사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급식을 먹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흘 째 아침이 되어 그곳에 갔을 때 무료급식을 먹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섬기는 거여동목회자모임에서 한번이라도 봉사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여전하였고, 되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기를 원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감격이나 감사나 은혜 같은 것은 내 마음 속에서 상당히 엷어져 있음을 느꼈습니다. 하루 동안 내 마음이 그렇게 식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 놀랐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속성인가 봅니다. 엄청나게 놀라운 큰 기적을 베풀어주셔도 처음에는 감격, 또 감격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것이 일상화가 되어 버리면 기적에 대한 감격도 감사도 사라지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한 이후로 끊임없는 불평불만에 반기를 들고 대항하기까지 했나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해 너무 답답하고 배은망덕한 사람들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겨우 무료급식 세 끼 만에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서 내가 바로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안 되고 그렇게 했을 때 그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지만 육신을 가진 인간의 본 모습은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감사를 끝까지 간직하고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일 것입니다.

 

아무리 큰 기적도 자주 일어나면 더 이상 기적이 아니듯이 우리 마음속의 감사도 같은 조건이 자주 주어지면 더 이상 감사가 아닌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신앙인들이 겪은 가장 큰 기적, 단 한 번만 주어지는 최고의 기적만큼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감격이 줄어서도 안 되고 감사가 멈추어서도 안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얻은 구원이라는 기적입니다.

 

이 구원의 기적은 내가 가지고 싶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믿기 싫어서 교회를 비난한다고 피해 가는 것도 아닙니다. 이 구원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서만 주어질 수 있는 기적입니다. 왜 사람들은 구원이라는 놀라운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으면서도 또 다른 기적을 쫓아다니는지요? 왜 사람들은 가장 큰 보화, 하늘나라를 선물로 받았으면서도 왜 또다시 이 땅의 보화를 찾아 헤매는지요? 저는 저의 마음에서 감사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이 구원의 감격만큼은 줄어들어서도 안 되고 잊혀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일시적인 기적현상 앞에서,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보화 앞에서 자신이 가진 구원이라는 일상화된 보화가 순간적으로 빛을 잃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육신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눈에는 세상 것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 순간적인 유혹이 다가올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하나님의 약속, 하나님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저는 신앙이성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불과 무료급식 세 끼 만에 마음속에서 감격이 희미해져가는 사실을 느끼면서 익숙함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참다운 신앙인들은 익숙함에 빠져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익숙함을 뛰어넘어 새로워지는 은혜를 날마다 체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노숙하러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참좋은친구들에 대해 감격을 느껴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