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노숙체험

노숙 14 : 노숙인 공동숙소

김완섭 목사 2017. 7. 21. 15:25

노숙체험 14 : 노숙인 공동숙소


노숙인숙소에 가야 할 것 같은데, 큰일입니다. 거기 안 간다면 다시 이틀 동안 잠잤던 곳으로 가야 하는데 거기도 싫었습니다. 점심을 해결한 후 청파공원에 갔는데 노숙자 다시서기조끼를 입고 있는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말을 걸었습니다.

노숙자 다시서기 센터에서는 주로 무슨 일을 하십니까?”

, , 뭐 노숙자들 돌보는 일인데 공동숙소를 제공하고 있죠.”

그래요?”

거기 공장도 있어요. 노숙자들 일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군요. 숙소에는 대략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나요?”

100여명 잘 수 있어요.”

꽤 큰 편이네요. 한꺼번에 100명이 잘 수 있다면요.”

그렇죠. 그런데 처음 가는 사람은 거기서 못 자요.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요.”

그 정도예요?”

그럼요. 지금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예요. 겨울에는 따듯하게 해 놓으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데 냄새가 표현을 못할 정도예요.”

그렇군요. 그런데 거긴 노숙인 등록이 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면서요?”

글쎄요. 한번 말이나 해 보세요.”

저는 그분의 말을 듣고 남은 이틀 중 하루는 그곳으로 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부터 저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냄새도 물론 문제이고 노숙인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들어갈 수 있는가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이질적인 집단에 들어가는 일은 저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그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것도 평범한 일상 속의 집단이 아니고 생각과 형편과 입장이 전혀 다른 집단인데 거기에 어떻게 들어가겠습니까? 물론 노숙을 한 달 쯤 할 계획이었다면 다 포기하고 아예 노숙인 등록을 하고 들어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룻 밤 잠자기 위해 거기에 들어간다는 것은 저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아는 이동열 목사님의 경험담이 떠올랐습니다. 밤에 교회에서 잠을 잘 때인데 어느 날 밤에 교회에 와보니까 노숙인 한 사람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교회에 찾아오신 주님일 수도 있는데 그 노숙인을 쫓아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노숙인을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목사님 자신도 그 옆에서 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마음 속에 자꾸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람하고 이불을 같이 덮고 자야 한다.”

그런데 이 노숙인 옆에는 누워있기만 해도 역겨운 냄새로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은 마음속의 음성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노숙인이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정말 참을 수 없었습니다. 기침도 나고 구역질도 나고 했지만 목사님은 밖으로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너무도 힘든 그 순간을 정말 억지로 참으면서 시간이 좀 지나니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토록 역겨웠던 냄새를 차츰 견딜 수 있게 되었고 나중에는 오히려 구수해질 정도로 익숙한 냄새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침에 잠에서 깬 노숙인은 너무도 놀랐습니다. 목사님이 냄새가 지독한 자신과 한 이불 속에서 자기를 껴안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후로 이 노숙인은 이동열 목사님을 참목사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교회를 이전하였어도 결코 잊지 않고 가끔씩 나타나거나 전화를 드리곤 했었습니다.

 

노숙인 공동숙소를 생각할 때 이동열 목사님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동열 목사님처럼 훌륭한 목사가 못됩니다.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할수록 저의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한 가지 피해갈 수 있는 이유는 있습니다. 저는 지금 노숙체험을 하는 중이지 노숙자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도 현실적인 필요는 충분히 있습니다. 이틀 동안 잠잤던 곳으로 다시 가기는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녁을 다 마치고 청파공원 벤치에 가서 앉을 때까지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낮에는 분명히 오늘 밤에는 노숙인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했었는데, 밤이 깊어지고 피곤이 몰려와서 잠을 자야 할 시간에 노숙인 숙소 근처로 가보았습니다만, 저는 결국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전 날 잠자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그런 기회가 다시 올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만, 이번 노숙체험에서는 공동숙소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닐 수도 있고요. ㅎㅎ


서울역 건너편 옛 대우빌딩 벽면에 서울시에서 마들어놓은 그림조명. 따뜻한 가정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지는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