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24 : 하나님의 책임
아침 커피를 마시고 다시 청파공원으로 갔습니다. 늘 앉던 자리에 다른 노숙인이 누워있어 옆 벤치에 앉았습니다. 마지막 글을 어떻게 정리할까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급식시간인 12시쯤까지 몇 시간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얻으러 여기까지 나왔을까? 잠시 졸기도 하면서 받은 은혜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조느라고 약간은 흐릿한 상태로 있던 저를 깨운 것은 참새 한 마리였습니다. 벤치 등받이 끝에 참새 한 마리가 앉아서 짹짹거리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니까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어제 그 참새인가?”
하지만 참새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약 20-30분 전에도 두 마리가 곁에 왔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참새들 중 몇 마리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는 저를 기억하는 듯했습니다. 어제 빵부스러기를 주기 이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제 900원밖에 안 남았는데 … ”
하지만 이제 저에게 필요한 것은 점심 후 커피 한 잔 값 100원이고, 그거 빼고 나면 800원이 남는데 이것은 정확하게 단팥빵 하나 값입니다.
다시 일어나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청파공원에서 더 가까운 편의점에도 800원짜리 빵이 있었는데 다른 종류였습니다. 다시 나와서 어제 샀던 곳으로 가서 단팥빵을 800원 주고 샀습니다. 돌아와서 빵을 부스러기로 만들어 바닥에 뿌려주니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은 참새들이 모여들어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몇몇 참새들은 손으로 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빵을 주워 먹었습니다. 분명히 저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TV에서 손바닥에 먹이를 놓고 새들에게 먹이는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문득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6)
새들을 기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이 참새들을 기르시는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참새들도 먹이시고 기르십니다. 심지어 참새들의 목숨조차도 하나님께서 주관하십니다.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마 10:29-31)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다 책임지신다는 말씀입니다.
참새들에 대하여 상세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이 참새의 마음을 어찌 알겠습니까만, 염려하는 참새를 본 적이 없습니다. ㅎㅎ 가끔 혼자 떨어져서 졸고 있는 참새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이 병들었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야생동물들, 특히 조류는 병든 것을 들키는 순간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털을 부풀리거나 조는 눈을 보이지 않습니다. 병들었거나 졸리는 눈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미 중병에 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모든 생물을 반드시 죽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참새들은 그저 먹이를 찾으러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적게 먹는 날도 있을 것이고 많이 먹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굶주리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그저 그때그때 순응하는 것이 참새의 삶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참새가 먹이를 쌓아두지도 않습니다. 그날그날 먹게 하시니까 참새들은 그냥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 참새들을 보시고 우리가 사는 것에 대해 염려하지 말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마 6:25)
마지막 날 아침에 참새들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받은 은혜를 정리하게 됩니다. 다만 주님 안에만 있으면 우리는 아무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노숙을 하면서 먹을 것, 잠잘 곳에 대해 염려를 많이 했습니다. 비록 한 끼 거를 때도 있고, 잠자리가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닷새 동안 저는 먹을 것, 잠잘 곳을 다 해결했습니다. 한 푼도 안 가지고도 닷새 동안 오히려 만 원의 엄청난 행복까지 덤으로 얻었습니다. 염려하면서 나왔던 건강은 이전보다 더 강건해졌습니다. 참새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총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책임을 반드시 지키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나를 책임지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성경을 조금 더 보았습니다.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마 10:30-31)
이 말씀 다음에 나오는 말씀이 중요한 것입니다.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부인하리라”(마 10:32-33)
그러니까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시인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말씀을 따라 순종하면서 살기만 하면 다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이 얼마나 중요할까요? 기독교인으로 세상을 살면서 모든 것을 주님께만 맡기면 하나님은 반드시 책임지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언제나 말씀에 순종하며 기도로 교제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며 주님을 믿고 세상에 나가 자기 자신과 세속과 싸워 이기려고 하기만 하면 다 되는 것입니다. 그저 하려고 하기만 하면 나머지 것은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하십니다. 성취해나갈 일과 고난과 위기에서조차도 하나님은 책임지시는 것입니다. 하려고 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하나님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하나님은 거짓말을 못하십니다. 하나님은 약속을 어기시는 일을 하지 못하십니다. 하나님은 책임지시겠다고 하시고 나서 책임을 반드시 지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해 성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것입니다. 그냥 보내신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목숨까지 버리셨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조건 하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무조건 하나님께 전부 맡겨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전부 책임지시니까요.
저의 노숙도 하나님께서 책임지셨습니다. 왜냐하면 돈 한 푼 안 가지고 하나님만 믿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4박5일 노숙하기에서 바로 그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하나님께 맡기십시다. 무슨 일이든지 하나님께서 다 책임지십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학비도, 취직도 무조건 맡기십시다. 하나님께서 다 책임지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아픔도 즐거움도 기쁨도 상처도 위기도 전부 하나님께만 맡기십시다. 그리고 사역도 선교도 목회도 전부 하나님께 맡기고 나가십시다. 우리의 모든 것을 책임지시는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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