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성경책/나만의 누가복음

누가복음에 대하여

김완섭 목사 2020. 12. 14. 20:16

나만의 누가복음

누가복음에 대하여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 언제 기록되었느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그 중에서도 공관복음서의 연관성을 생각할 때에 마가복음이 기록된 이후인 서기 65-70년 정도로 추정된다. 사도 바울이 서기 67년에 사망했고 그 이후에 누가복음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추론과도 맞아 떨어진다.

 

누가복음을 기록한 첫 번째 목적은 로마의 고위 관리 데오빌로에게 보다 상세한 복음을 전달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견고한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기독교 박해시대를 지나면서 기독교가 왜 인류의 종교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합법성 같은 것을 전달하려고 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누가복음에 많이 나오는 가난과 부, 소외된 계층들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아 사회적인 참여 문제를 강조하였는데, 당시 소외계층인 이방인, 세리, 여인, 사마리아인,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누가복음을 죄인의 복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로부터의 공격을 막고,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예수님의 재림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재림의 희망을 이야기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누가복음은 사람 복음이라고 하는데, 인간 사이에 오셔서 인간을 도와주시는 분으로서 예수님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공관복음서 안에서 각 복음서의 차이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마태, 마가, 누가는 동일하게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자세한 고백은 마태복음에 기록되어 있다.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16:16)

 

그런데 이 신앙고백을 기록하고 나서 그 다음 기사가 재미있다. 마태복음에서는 곧바로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고 천국열쇠를 주신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16:16)

 

그 후에 예수님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말씀하신다. 그런데 이 때 위대한 신앙고백의 주인공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을 말리는 장면이 나온다.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여 이르되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16:22)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떻게 보면 지나칠 만큼 베드로를 나무라시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16:23)

 

그런데 마가복음에서는 베드로에게 천국열쇠를 주신다는 장면이 쏙 빠지고 곧바로 고난과 죽으심과 부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 물으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하매 이에 자기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경고하시고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그들에게 가르치시되”(8:29-31)

 

한편 누가복음에서도 마가복음과 동일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하시는 장면이 빠져있다. 그러니까 마태는 베드로의 천국열쇠 이야기와 베드로에게 사탄아 하시는 장면을 모두 기록하였고, 마가는 사탄아 하시는 사건은 기록하지만 천국열쇠 사건은 기록하지 않았고, 누가는 아예 천국열쇠 사건과 사탄아 하시는 장면을 모두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복음서의 핵심주제 곧 예수님을 누구로 설명하느냐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태복음은 이스라엘의 계보를 이어서 성취될 예언의 주인공으로서의 왕으로 예수님을 보는 것이다. 마태 공동체의 특성상 그런 강조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마가는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점차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소망이 희미해져가던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약속이 결코 취소되지 않고 반드시 성취될 것을 강조함으로써 용기를 가지고 견디어 나갈 것을 권면하는 것이다.

 

한편 누가복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왕이나 하나님의 사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예수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태와 마가가 어느 정도는 예수님의 신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라면 누가는 예수님의 인성을 강조하여 그리스도인들과의 동일시가 일어날 수 있도록 권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가가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그의 공동체에 더 적합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복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따라 누가는 특히 유아기의 예수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시도하는데, 즉 가이사의 인구조사, 예수의 부모가 베들레헴에 간 일, 예수님의 탄생, 목자들의 경배, 예수님이 열두 살 때 성전에서 율법학자들과 대화를 나눈 일 등이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예수님의 메시아 되심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도행전의 기록이기는 하지만 예수님의 승천 기사도 누가만 유일하게 기록하였던 것이다.

 

누가는 유창한 헬라어를 구사하여 비교적 치밀하게 역사적 순서를 따라 사도행전까지 잘 정리하였으며, 시야를 넓혀 하나님의 전세계에 대한 계획과 그 안에서 교회의 위치를 생각하여 기록하였으며, 사도행전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죽음과 재림 사이에 쓰이는 하느님의 구속의 도구로 묘사하기도 한다.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목격자와 말씀의 일꾼 된 자들이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1:1-3)

 

누가는 마태나 마가에 기록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을 소개했는데, 일설에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에게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기도에 관한 유일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누가복음은 기도의 복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