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노숙체험

노숙 27. ‘참좋은친구들’을 다시 찾아

김완섭 목사 2021. 2. 17. 16:16

참좋은친구들을 다시 찾아

 

서울역 노숙을 한 지도 한 달이 흘렀습니다. 616일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717일에 참좋은친구들이사장이신 신석출 장로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여보세요? 김완섭 목사님이십니까? 여기는 참좋은친구들입니다.”

, 참좋은친구들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으로부터의 전화라 깜짝 놀랐습니다. ‘참좋은친구들에서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목적한 바가 있어 간 것이라 저를 소개할 수도 없었고요. 그런데 대표 되시는 분이 직접 전화를 주셨으니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 참좋은친구들 이사장 신석출 장로입니다.”

, . 장로님.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는지요?”

, 목사님 노숙한 이야기를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카페에 올리신 노숙일지를 보고 한 번 연락드려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제 전화 드렸습니다.”

, 그러셨군요. 전부 다 읽어보셨나요?”

그럼요. 거기에 한번 봉사하고 싶다는 글이 있어서 연락드려봤습니다.”

그 글 속에 저와 함께 기도하는 거목회에서 한 번이라도 봉사하고 싶고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저의 바램을 적어 놓았었습니다.

 

하하 그러셨군요. 그러면 장로님, 무슨 요일이 괜찮으시겠습니까? 시간은 어떻게 되지요?”

, 화요일이나 목요일 저녁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냥 방문하셔도 좋고 설교 한 번 해 주셔도 좋습니다. 봉사도 한번 해 주시면 감사하죠. 편하신 대로 한 번 오세요.”

알겠습니다. 저희 동네 목사님들과 한번 의논해서 봉사 한번 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장로님, 그 전에 제가 먼저 그냥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한 차례 통화를 마치고 나서도 한동안 연락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또 다른 하나님 체험을 위해 4주 동안 세상소식 끊고 사복음서 반복읽기를 진행하고 있어서 그것이 끝나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820일에 모두 마치고 나서 연락을 드렸고, 마침내 831일에 다시 참좋은친구들을 찾았습니다. 급식소 안으로 들어가서 제가 음식을 먹었던 곳을 지나 배식창구 옆으로 들어가서 2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장로님, 평안하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김완섭 목사님.”

그 땐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굶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셔서요. 그런데 감사 인사조차 못 드렸습니다.”

, 목사님. 쉽지 않은 일인데 결단을 하셨네요.”

목적이 있어서 한 것이니까요. 저도 직접 행하기가 몹시 망설여졌었는데 일단 사무실 문 밖으로 발걸음을 떼니까 되던데요, 하하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아무튼 오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참좋은친구들1992년 서울역 무료급식봉사부터 시작된 역사가 있는 봉사단체입니다. 파키스탄이나 미얀마 등 국내외 자연재해지역에 대한 긴급구호활동과 지속적인 무료급식 사업을 펼치다가 2009년에 현재의 중림동에 무료급식소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노숙자돕기 사역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 법인으로 등록하고 2015년에 당시 후원회장이었던 신석출 장로님이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더욱 안정적으로 노숙자 무료급식사업을 펼쳐오고 있었습니다.

 

신 장로님은 청량리무료급식 시절부터 하면 근 30여년을 노숙인들을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돕는 일에 헌신하신 분이었습니다. 특히 통일이 시작되면 많은 난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급식사업을 펼칠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준비하고 기도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무료급식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위해 매스컴을 통한 홍보 같은 일은 거의 행하지 않았고 순전히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고 기도하면서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고 계셨습니다.

 

더 특징적인 일은 노숙인들의 신앙을 돕기 위한 일도 철저하게 감당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노숙인들로 하여금 성경을 쓰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새벽예배뿐 아니라 매 식사 때마다 예배를 드리지만 거기에 더해서 그들의 신앙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분량만큼의 성경을 써서 제출한 사람들에게는 일정의 용돈을 지급합니다.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성경쓰기를 장려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거리에서 구걸하지 않게 예방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음식과 목욕시설과 같은 복지와 예배와 신앙 프로그램까지 갖추어서 노숙인들을 전인격적으로 돕는 것이 신석출 장로님의 비전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은혜와 큰 도전을 받고 그 자리를 나왔습니다. ‘참좋은친구들과 같은 사역은 아닐지라도 저에게 부여되는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동일한 마음으로 모든 사명을 감당하리라 다짐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97일에 거여동에서 함께 기도하던 거목회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이 백석교회에서 제공하는 빵 수백 개를 들고 참좋은친구들을 방문했습니다. 저와 제 아내 오미승 사모, 새하늘교회 이택규 목사님과 이영순 사모님, 백석교회 정대인 목사님과 김희정 사모님, 그리고 송파교회 조성래 목사님 이렇게 일곱 분이었습니다.

 

먼저 예배를 드렸는데 제가 말씀을 전했습니다. 노숙인 여러분들이 오히려 천국에 가까운 분들이며, 예수님의 마음을 배우고 닮아서 어려운 가운데에도 이웃과 옆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천국에 가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헌금 많이 하고 교회봉사 많이 하고 기도 많이 해도 예수님의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성도라고 할지라도 천국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같은 형편에 처했다 할지라도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이웃을 위해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사람에게는 천국 가는 길을 열어주신다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설교를 마칠 때에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아멘을 크게 외쳐서 많이 놀랐습니다. 노숙인들 중에도 예수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예배를 마치고 저녁식사 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노숙인들의 요구에 따라 큰 밥하면 밥을 한 주걱 더 퍼 주고, ‘애기 밥하면 절반 정도만 밥을 퍼줍니다. 저를 포함해서 목사님들 네 분과 사모님들 세 분이 각각 맡은 부분에서 열심히 밥을 푸고 국을 푸고 반찬과 빵을 놓아서 줄 서서 기다리는 노숙인들에게 배식을 합니다. 몸이 몹시 지쳐있지만 봉사하기 위해 참여한 사모님은 오히려 더욱 힘을 내서 열심히 일합니다. 그렇게 노숙인들에게 배식을 마친 후에 우리 목사님들과 사모님들, 그리고 신 장로님과 직원 몇 분이 함께 식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일은 설거지입니다. 다들 바닥에 식판을 늘어놓고 설거지를 시작합니다. 부지런히 손을 놀려 식판을 닦고 물에 행구고 엎어서 쌓기를 반복합니다. 허리가 많이 아파 보입니다. 그래도 열심히 일을 합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매일같이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니 참으로 대단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외부에서 봉사가 없으면 참좋은친구들을 섬기는 분들과 주변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일같이 설거지를 합니다. 물론 노숙인들 중에서도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룻저녁 보람된 일을 마쳤습니다. 거목회도 다들 작은 교회들이라 재정이 늘 부족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노숙인들 한 끼 식사분의 후원을 해드렸습니다.

 

신석출 장로님이 수시로 와서 말씀을 전해달라고 요청하셨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다시 가서 섬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도전과 감동을 받고 짧은 봉사를 드린 기억은 뚜렷하게 저의 신앙의 족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누구든지 한두 번은 섬길 수 있지만 오랫동안 매일같이 이렇게 섬기는 일이란 사실상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하룻밤을 굶다가 둘째 날 새벽에 참좋은친구들에서 첫 음식을 얻어먹었던 기억은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히 하나님의 손길이었습니다. ‘참좋은친구들관계자 분들과 이사장이신 신석출 장로님의 이름이 저 천국에서 영원토록 빛날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 무료급식사역을 감당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께도 안부를 전하고 싶습니다.

 

내가 속히 오리니 네가 가진 것을 굳게 잡아 아무도 네 면류관을 빼앗지 못하게 하라 이기는 자는 내 하나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리니 그가 결코 다시 나가지 아니하리라 내가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성 곧 하늘에서 내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오는 새 예루살렘의 이름과 나의 새 이름을 그이 위에 기록하리라”(3:11-12)